<역사교과서 국정화 진상조사 결과 발표에 대한 입장>
1. 3월 28일, ‘역사교과서 국정화 진상조사위원회’(진상조사위원회)가 7개월간의 ‘국정화사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진상조사위원회는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박근혜 정부가 헌법과 각종 법률, 그리고 민주적 절차를 어겨가면서 국가기관과 여당은 물론이고 일부 친정권 인사들까지 총동원한 반헌법적이고 불법적인 국정농단 사건”이라고 규정했다. 또한 이로 인해 민주주의의 헌법 가치가 훼손되고, 국민의 자유와 권리도 심각하게 침해받았음을 지적하였다.
2. 이번 발표를 통해 진상조사위원회는 그 실체를 자세히 알 수 없었던 국정화 과정을 구체적으로 확인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우선, 국정화에 반대한 대다수의 역사학자와 교사, 국민들을 ‘좌파’로 매도하기에 급급했던 박근혜 대통령과 김기춘 전 비서실장 및 이병기, 황교안 등의 정부 고위인사가 각종 편법을 동원하여 국정화 정책을 강행했음이 명명백백 드러났다.
뿐만 아니라 이준식 교육부장관을 비롯한 교육부의 실무 책임자들이 국정화 실행 및 홍보에 적극적으로 개입했음이 구체적으로 밝혀졌다. 국정교과서 비밀 태스크포스(TF)팀을 불법적으로 운영했고, 국정화 홍보광고를 편법으로 추진하거나 국정화에 유리한 설문을 기획했으며, ‘차떼기’로 국정화 찬성 의견서를 조작했고, 국정화 반대 학자들에 대한 지원을 배제하거나 반대하는 교사들을 징계했다.
3. 이는 불법적이며 민주주의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일이다. 따라서 국정화 강행 과정에서 위법 행위를 한 자에 대해 사법당국의 철저한 보강수사 및 상응하는 처벌이 이루어져야 한다. 또한 정부는 재발 방지를 위한 실제적인 대책을 마련하여 이를 흔들림 없이 집행해야 한다. 아울러 지원배제와 징계로 고통을 받은 역사학자와 교사들의 명예 회복에도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4. 많은 성과에도 불구하고 이번 발표에서 실무를 관장했던 교육부 관계자들이 누구인지 공개가 되지 않은 점은 아쉬운 점이다. 이들은 ‘장․차관의 지시’라는 이유만으로 어쩔 수 없이 국정화를 추진했다고 한다. 굳이 한나 아렌트의 ‘악의 평범성’ 개념을 떠올리지 않더라도, 누구보다 대한민국의 민주적 가치를 지켜내야 할 고위공무원들이 위에서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이라는 변명은 무책임하기 짝이 없다. 이와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국정화 실무를 관장했던 이들을 보고서에 공개해야 한다. 또한 국정화 추진에 적극적인 역할을 했던 자들은 역사교육과정 및 교과서 관련 업무에서 배제되어야 할 것이다.
5. 교육부는 더 이상 역사교육을 정치대립의 희생양으로 삼지 말고 민주시민 양성을 위한 역사교육과정 및 역사교과서 개발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국정화사건 이후 역사학계와 역사교육 관련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새로 구성한 역사교육과정이 무슨 이유인지 아직도 공개되지 않고 있다. 정치적 공방에 더는 휘둘리지 말고 교육과정을 하루 빨리 확정․공개하여 또다시 졸속 교과서를 만드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법규상의 근거가 전혀 없는 ‘역사교과서 집필기준’을 폐기하고, 초등 사회(역사)교과서를 검정제로 하루빨리 전환해야 하며, 나아가 민주사회의 다양성을 담보할 수 있는 교과서 발행제도를 전면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6. 궁극적으로 국정화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역사교육이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법제화되어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확실한 재발방지책이 될 것이다. 또한 역사교육의 가치와 내용을 둘러싼 여러 논의들이 활발해 질 수 있도록, 역사수업이 민주시민의 자질을 기를 수 있는 방향으로 변화할 수 있도록, 역사 연구자들과 교사, 시민들의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이를 바탕으로 역사교육 정책이 수립되어야 할 것이다. 이를 국정농단을 이겨낸 새로운 정부가 적극 지원해야 함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끝>
2018년 3월 29일
전국역사교사모임
(강원역사교사모임, 경기남부역사교사모임, 경남역사교사모임, 경북역사교사모임, 고양파주역사교사모임, 광주역사교사모임, 대구역사교사모임, 부산역사교사모임, 서울역사교사모임, 세종역사교사모임, 울산역사교사모임, 의정부역사교사모임, 인천역사교모임, 전남역사교사모임, 전북역사교사모임, 제주사랑역사교사모임, 충남역사교사모임, 충북역사교사모임, 한밭역사교사모임)